'근시안적' 교육교부금 개편…국가채무비율 낮출 기회 놓쳤다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입력 2022-09-07 17:39   수정 2022-09-07 17:50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방향이 '근시안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공식 제기됐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수 일부가 재정수요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지방교육청에 지급되는 '내국세 연동제' 형태의 예산인데, 정부가 비효율적 재원 배분의 근본적 원인인 내국세 연동제는 그대로 놔둔 채 교육교부금 사용처만 일부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소극적인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인해 206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 비율이 불필요하게 약 28%포인트 더 오를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7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공동주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비판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지난 7월 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한 교육교부금 개편안에 대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개편안의 핵심은 그동안 유치원 및 초·중·고 교육에만 쓸 수 있었던 교육교부금을 앞으로는 고등교육(대학)에도 쓰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금이 많이 걷혔다는 이유로 유·초·중·고 교육 예산만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교육재정이 학생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용도로 쓰이는 등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대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정부는 교육교부금을 구성하는 교육세수 일부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기로 했다. 올해로 치면 약 3조6000억원을 특별회계에 담아 대학 교육과 평생교육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 활용처를 대학에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현행보다는 반 발자국 전진했지만,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불충분한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교육청과 학교에서 교육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본질적 원인은 필요와 무관하게 교육교부금을 받아 무조건 돈을 써야 하는 구조에서 비롯되는데, 특별회계 설치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김 연구위원은 "특별회계는 정부의 안정적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수단이나 경직적 재원 배분의 도구 및 교육공급자(교육청, 대학 등)의 방패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을 필요로 하는 18~64세 인구가 2060년까지 연평균 1.5%씩 감소할 예정인 상황에서 교육세수는 경제 성장에 따라 같은 기간 매년 2.7%씩 증가할 예정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가 "국가재정의 장기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개편 방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놓은 배경이다.

김 연구위원은 대안으로 교육교부금을 경상GDP 증가율과 학령인구 감소율에 함께 연동하는 안을 제시했다. 경제 성장 및 물가 상승에 따라 교육교부금을 앞으로도 꾸준히 늘려나가되, 학령인구 감소 비율만큼 증가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이 방식을 따르면 2060년까지 144.8%까지 오를 국가채무비율이 116.6%로 28.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유·초·중·고 교육에 대한 교육교부금 투입을 축소하는 방향의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교육계의 의견도 나왔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은 "재정 효율성에만 기대 교육교부금을 축소한다는 것은 미래환경 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학령인구 감소 변수를 가지고 교육비용을 줄이자는 경제 논리로 접근하면 저출산 가속화와 학령인구 감소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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